“그리스도의 이름을 받드는 곳에서 매일 매시 드리는 보편적인 기도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옵소서!’입니다. 그러나 이 기도를 드리는 곳에서는 언제나 양식이 부족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임무를 다하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다. 노동 의욕을 가진 인간이 가난이라는 저주에 빠지는 이유는, 인간이 불경스럽게도 창조주의 자비로운 의도를 거스르면서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만들고, 토지의 배타적 소유권을 극소수에게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조지가 교황 레오 13세에게 보낸 공개서한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중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 만 가지가 넘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 하지만 헨리 조지의 말대로 땅이라는 공유재산을 누군가가 가로챘다는 사실 또한 민중의 빈곤을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언젠가부터 집이라는 주거 공간이 행복을 주기는커녕, 짜증과 분노를 자아내는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폭염이 시작되면 세상에서 가장 더운 공간은 바로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야 하는 가정이다.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으로 피곤에 쩐 몸을 이끌고 돌아와 보면 휴식공간이랍시고 나를 반기는 곳은 고작 고시원이나 월세 단칸방이다. 빚을 내서 내 집 한 채 마련한 사람이라고 다를까? 주거공간이라는 의미보다 ‘금융자산’의 의미가 더 커진 한국의 부동산은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다. 월급을 받자마자 빠져나가는 원리금은 지갑만 더 얇게 만들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빈곤을 착취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빈곤은 착취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착취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가난하기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악랄한 노동현장에 기꺼이 뛰어드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그 돈이라도 받아야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고, 자본은 그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또 그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자본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노동자들이 극한의 빈곤을 겪을 때와 거의 일치했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엔클로저 운동으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농민들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기에 가능했다. 1960~1970년대 한국 재벌자본의 비약적인 축적도 이농현상으로 농민들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덕분이었다. 빈곤한 노동자들이 넘쳐나는 세상, 아무리 낮은 임금을 제시해도 그거라도 서로 차지하겠다며 노동자들끼리 경쟁하는 세상이 바로 자본이 꿈꾸는 유토피아다.

경제 성장을 이뤄낸 뒤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민중들을 빈곤으로 내 모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평생을 벌어도 머리 하나 편히 누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은, 민중들로 하여금 더 오래 착취당하는 노동현장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만든다. “여보, 우리 집 한 채 마련할 때까지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라는 말이 “여보, 우리 집 한 채 마련할 때까지 계속 착취당합시다”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분들, 청년과 노인 등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주거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정책은 마땅히 집이 금융자산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주거공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헨리 조지의 외침처럼 인간이 가난이라는 저주에 빠지는 이유가 토지를 통한 착취 때문이라면, 우리에게는 이 비정상적인 부동산 공화국을 멈춰야 할 의무가 있다. 보유세 인상과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더 이상 집이 자산으로 기능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