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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7-02 01:20
공황장애 연예인 방송보고 쓰는 정신과 폐쇄병동 실습썰
 글쓴이 :
조회 : 1  

개붕이는 의사임

 

개드립보다가 공황장애 연예인들보면서 학생때 폐쇄병동 실습이 생각나서 썰 풀어봄

 

 

우리병원은 정신과가 엄청 힘이 쎈과였음

 

정신건강의학과도 세부분과로 나눠지는데 몇명없는 희귀 분과쪽에서 장인급 의사들이 몇명있음

 

들어오는 젊은 교수들도 학계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이었고

 

회진시 제외하면 전공의와 교수는 폐쇄병동내에서 가운을 안입는등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하는데 매우 적극적인 병원임.

 

 

본과4학년때 본인이 정신과 폐쇄병동에 실습을 들어감.

 

접촉금지, 날카로운 물건 휴대금지 등등의 기본적인 안내사항 받고 환자를 배정받음.

 

여기서 중요한건 누가 어떤 환자를 배정받았는지는 나랑 전공의, 교수만 알아야함. 다른 환자는 물론 그 환자 자신도 눈치채지 못해야함.

 

노출되었다? 그럼 점수 깎임. 

 

그렇게 휴대폰도 없이 정장에 가운입고 한여름에 폐쇄병동에 하루 9시간씩 나가지도 못하는 실습이 시작됨

 

처음에는 그냥 어색하게 돌아다니면서 괜히 말걸어보려다가 환자 도망가고 그랬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나서 환자들중에 여대생 하나가 어떻게 으쌰으쌰 해줘서 같이 보드게임함.

 

난 씹아싸라서 보드게임같은거 해본적 없어서 애들한테 가르쳐 달라고 물어보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대화함

 

처음에는 좀 면담 흉내 밑작업으로 보드게임했는데 나중엔 내가 재밌어서 소리지르면서 놀다가 보안쌤한테 혼남 

 

(참고로 보안쌤이랑도 보드게임할때 있었음... 전공의쌤들 몰래 막 팔씨름도 하고 운동도 배우고)

 

재밌게 하다보니까 지루했던 환자들 한명한명 나오기 시작함.

 

맨날 혼자서만 지내던 조현병 아저씨가 방문에서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하는걸 보고 

 

그 아저씨랑도 이야기함. 좀 정신없는 대화긴 한데 서로 웃고 떠들다보니까 그날 실습 끝남.

 

 

다음날부터는 개재밌었음 같이 아침드라마보고 화투치고 회진때는 엄근진한척 하다가 끝나면 같이 노가리까고

 

조현병 아저씨 같이 놀고는 싶은데 못다가와서 멈칫거리는거 좀 안타까와서

 

요가할때 좀 오버하면서 아저씨 나좀 도와줘요 하니까 마지못하는척 와서 같이 요가함

 

중간에 나 바지터져서 갈아입고 오고 진짜 재밌었음.

 

그렇게 놀다보니까 청소년, 2~30대 환자들도 마음열고 자기 이야기 해주는데 재밌게 놀다가도 마음아파서 울뻔하는거 겨우 포커페이스 유지하면서 들어줬음.

 

몇년 지났는데 애들 얼굴 아직도 기억나네...

 

환자들이랑 정신없이 탁구치면서 놀다가 보안쌤이랑도 탁구치고 그 조현병 아저씨랑도 탁구치고 있는데

 

아저씨 담당 교수님(친한 교수님이었음)이 지나가는거 보고 교수님 탁구한번 치시겠습니까 해서 교수님도 껴서 탁구침ㅋㅋ

 

아 물론 탁구 룰은 없음 그냥 탁구채로 공을 치면됨.

 

나중에 그 교수님이 환자복 줄테니까 그냥 여기서 지내라고함.

 

막판에는 내 담당 환자포함 모든 환자랑 다 대화를 해버려서 담당환자 누구엿는지 한번 까먹고

 

교수도 이번 실습생들은 아주 잘가르쳤다고 전공의들 칭찬해서 전공의들도 우리한테는 엄청 친절햇음

 

걍 일주일동안 병동 들어가면 환자들도 친절하고 전공의도 잘해주고 교수들도 칭찬하고 너무 좋았음.

 

 

그리고 일주일 끝나갈때 여기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정신과를 포기함

 

환자들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해서 내 감정이 환자들에게 휘둘린 때가 너무 많았고 더 나아가서 그 사람들의 밝은 모습만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의사라면 환자의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냉철히 봐야하는데 공감을 과하게 하니까(역전이라고함) 심리적 거리를 전혀 못두는거지.

 

결국 내가 그 공간이 편했던 이유는 의사로서 편한게 아니라 병동의 일원, 더 정확히는 환자로서 더 마음이 편한거였음.

 

그래서 정신과, 사람 안보는 과를 선택했고 지금은 의사라기보다는 과학자로 지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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